무료 주소로 시작해도 되나
도메인을 사기 전에 무료 주소로 시작해도 되는지 확인했습니다. 검색 노출은 문제없었고, 걸리는 건 딱 하나였습니다.
사이트를 만들 때 도메인부터 사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연 1~2만원이면 큰돈은 아니지만, 주제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지갑을 여는 게 맞나 싶더군요.
무료 호스팅이 주는 주소가 있습니다. 내이름.pages.dev 같은 것들이요. 이걸로 시작해도 되는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흔한 걱정: 서브도메인이면 불리하지 않나
가장 많이 듣는 걱정입니다. "남의 도메인 밑에 있으면 검색에서 불리하다."
이게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다. 공개 접미사 목록(Public Suffix List)이라는 게 있는데, 브라우저와 검색엔진이 "여기부터는 각자 다른 사이트로 본다"를 판단하는 데 쓰는 목록입니다.
직접 받아서 찾아봤습니다.
$ curl -s https://publicsuffix.org/list/public_suffix_list.dat \
| grep -nE "^pages\.dev|^github\.io|^vercel\.app"
12728:pages.dev
13783:github.io
16172:vercel.app
전부 목록에 있습니다. 이게 뜻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 각 서브도메인이 독립된 사이트로 취급됩니다
- 다른 사람이 같은 호스팅에 스팸 사이트를 만들어도 나에게 옮겨붙지 않습니다
- 대신 남의 평판을 물려받지도 못합니다 — 어차피 새 도메인을 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검색 노출 면에서는 무료 주소로 시작해도 불이익이 없습니다. 걱정의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럼 무엇이 걸리나
노출이 괜찮다면 남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광고 승인. 이게 제일 불확실합니다. 무료 호스팅 주소로 광고 심사를 넣었다가 반려됐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통과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안 된다"고 적힌 규정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상태로 보는 게 맞겠습니다.
둘째, 신뢰도. 주소가 내이름.pages.dev면 읽는 사람이 "임시로 만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돈이나 정보를 다루는 주제라면 영향이 있습니다.
셋째, 통제권. 서브도메인은 내 자산이 아닙니다. 서비스 정책이 바뀌면 주소를 잃습니다. 도메인은 등록기관을 옮겨서라도 지킬 수 있지만 서브도메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중에 옮기면 되지 않나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옮기는 비용은 시간이 갈수록 커집니다.
주소가 바뀌면 검색엔진 입장에서는 새 사이트입니다. 리다이렉트를 걸어도 평가가 그대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일부는 그냥 사라집니다. 글이 열 편일 때 옮기면 잃을 게 별로 없지만, 백 편이고 검색 유입이 자리 잡은 뒤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리고 이 순서가 특히 나쁩니다.
무료 주소로 시작 → 글 쌓임 → 광고 심사 → 반려 → 그제서야 도메인 구입 → 이전
광고 심사에서 걸리면 도메인이 필요해지는데, 그 시점이 이미 색인이 쌓인 뒤입니다. 가장 비싼 타이밍에 이전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정한 규칙
두 가지를 섞었습니다.
무료 주소로 시작하되, 광고를 붙이기 전에 도메인을 산다.
- 글 1~10편 구간: 무료 주소. 방향을 잡는 시기라 광고를 달 것도 없습니다
- 광고를 붙일 시점: 그때 도메인 구입. 색인이 얕아서 이전이 쌉니다
이러면 시작할 때 0원이면서, 나중에 발등을 찍히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 사이트를 그 규칙으로 시작했습니다.
도메인을 살 때 조심할 것
막상 사려고 보니 싼 확장자가 함정이었습니다. 첫해 가격만 보면 몇백 원짜리가 있는데, 갱신 가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 확장자 | 첫해 | 갱신 |
|---|---|---|
| 흔한 초저가 확장자 A | 1천원대 | 9만원대 |
| 흔한 초저가 확장자 B | 1천원대 | 7만원대 |
| 유행하는 짧은 확장자 | 3천원대 | 1만원대 후반 |
.com (갱신가 고정 등록기관) | 1만원대 중반 | 같은 금액 |
첫해에 아낀 1만원이 2년 차에 8만원으로 돌아옵니다. 등록가와 갱신가가 같은 곳에서 흔한 확장자를 사는 편이 결국 가장 쌉니다.
그리고 초저가 확장자는 스팸 사이트가 많이 쓴 이력이 있어서, 읽는 사람이 주소만 보고 경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콘텐츠 사이트에는 특히 불리합니다.
정리
- 검색 노출: 무료 주소로 시작해도 불이익 없음 (공개 접미사 목록에 등재된 호스팅이라면)
- 광고: 불확실 — 이게 유일하게 진짜 걸리는 지점
- 신뢰도·통제권: 무료 주소는 약함
- 결론: 무료로 시작하되 광고 붙이기 전에 도메인 구입
- 살 때: 첫해 가격이 아니라 갱신 가격을 보고 고를 것
확인하는 데 든 시간은 10분이었습니다. "서브도메인은 불리하다"는 말을 그냥 믿었다면 필요도 없는 돈을 먼저 썼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