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ftrun

기록

1일차 — 하루 만에 사이트를 세웠다

발행기를 만들고 글을 올리고 검색엔진 셋에 등록하기까지, 하루 동안 실제로 벌어진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 읽는 데 5분

이 사이트는 어제 없었습니다. 오늘 만들었고 지금 읽고 계신 것이 그 결과입니다.

정리된 방법론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순서를 남깁니다. 잘 풀린 것보다 막힌 것이 많고, 그게 더 쓸모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시작은 "워드프레스로 갈까"였다

원래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이미 계산기 사이트를 하나 굴리고 있는데, 글을 쓰는 사이트를 따로 만들고 싶다. 워드프레스가 표준이니 그걸 쓸까.

실제로 잘 굴러가는 워드프레스 사이트 몇 곳을 뜯어봤습니다. 한 곳은 글이 4,600편이 넘었고, 글 하나가 본문 7,900자에 소제목 열다섯 개, 목차와 관련 글과 댓글이 다 있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정했습니다. 기능은 직접 만들고, 서버는 안 쓴다.

오전: 발행기

마크다운 하나 쓰면 나머지가 붙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목차, 카테고리, 태그, 페이지네이션, 검색, RSS, 사이트맵, 구조화 데이터.

의존성은 하나도 안 넣었습니다. 마크다운 렌더러도 직접 썼습니다 — 글 하나 쓰자고 라이브러리를 들이면 그때부터 그 라이브러리를 관리하게 됩니다.

여기서 첫 번째 함정을 만났습니다. 코드 조각(` 이런 것 )을 처리하려고 자리표시자를 넣었는데, 그걸 0, 1` 같은 숫자로 썼습니다. 그랬더니 "월 3 만원"의 3까지 코드로 바뀌었습니다. 본문에 절대 나오지 않는 문자로 바꿔서 해결했습니다.

낮: 글

글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쓸 게 이미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이트를 굴리면서 겪은 것들 — 색인이 안 되던 이유, 배포는 성공했는데 라이브만 404였던 일, 예약 작업이 매일 몇 시간씩 밀리던 것. 전부 그때 기록해 둔 숫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여기서 규칙을 하나 정했습니다. 수익 금액은 안 쓴다. 구조와 비율로 설명이 되고, 규모 자체는 정보값이 낮습니다. "877장 중 14장"은 쓸모 있지만 "월 얼마"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후: 그림이 없다

글을 몇 편 올리고 목록을 봤더니 밋밋했습니다. 글자만 있으니 눈이 걸리는 데가 없습니다.

사진을 구하자니 저작권·용량·중복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제목에서 만들어내기로 했습니다. 슬러그를 숫자로 바꿔 도형 배치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첫 결과물은 제목이 안 읽혔습니다. 흰 글씨가 밝은 도형에 묻혔습니다. 글자 뒤에 그늘을 한 겹 깔아서 해결했습니다.

저녁: 배포했는데 없다

여기가 오늘 제일 아팠습니다.

배포가 성공했는데 주소를 열면 404였습니다. 사이트맵도, 내부 링크도, 빌드 검사도 전부 초록불이었습니다.

원인은 배포 스크립트에 폴더를 담는 줄이 빠진 것이었습니다. 저장소에는 파일이 있고, 배포본에는 없었습니다. 모든 검사가 저장소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못 잡았습니다.

고치고 나서 검사를 하나 더 세웠습니다. "저장소에 파일이 있는 주소는 배포본에도 있어야 한다." 대상 폴더를 목록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 목록을 적으면 다음에 또 빠뜨릴 테니까요.

밤: 등록하고, 없는 걸 발견하고

검색엔진 세 곳에 등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없는 걸 두 개 발견했습니다.

하나, 없는 주소가 전부 200을 주고 있었습니다. 소프트 404입니다. 낮에 "그러면 검색엔진이 크롤을 줄인다"는 글을 써놓고, 정작 이 사이트가 그 상태였습니다. 웃기지만 실제로 그랬습니다.

둘, 개인정보처리방침이 없었습니다. 광고를 실으려면 필수인데 없었습니다. 그것만으로 반려될 수 있는 항목입니다.

둘 다 등록 절차를 밟다가 걸린 것입니다. 만들 때는 안 보이고 남에게 보여주려 할 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루 끝의 상태

하루 만에 만든 목록 화면 — 글마다 커버가 붙어 있다

12편
운영비0원
도메인아직 안 삼
검색 등록세 곳 완료
광고심사 중

색인은 하나도 안 됐습니다. 당연합니다 — 오늘 만들었으니까요. 다른 사이트에서 겪어 보니 크롤이 오는 데만 몇 주가 걸립니다.

오늘 배운 것

하나. 쌓아둔 기록이 글이 된다. 오늘 글을 열두 편 쓸 수 있었던 건 잘 써서가 아니라 겪을 때마다 숫자를 남겨뒀기 때문입니다. 기록이 없었으면 "예전에 색인이 잘 안 됐었다" 정도밖에 못 씁니다.

둘.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어긴다. 소프트 404 이야기를 쓰고 몇 시간 뒤에 같은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래서 검사를 세웁니다.

셋. 검사는 사용자가 받는 것에 가까울수록 값어치가 크다. 저장소를 아무리 검사해도 배포본이 다르면 소용없습니다.

넷. 남에게 보여주려 할 때 빠진 게 보인다. 등록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방침 없는 사이트를 한참 굴렸을 것입니다.

내일은 색인이 오는지 보고, 안 오면 왜 안 오는지 적겠습니다.

일기만들기배포검색엔진